미국 콜로라도 주의 베일과 브레큰릿지, 비버크릭의 스키 투어를 끝낸 2009년 2월28일, 캘리포니아 주의 로스엔젤레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개인적인 방문과 맘머스 스키장을 어렵게 다녀온 뒤 다시 덴버로 돌아왔지만 어이없는 실수가 내 발목을 끝내 붙잡았다.
덕분에 생긴 3일간의 여유, 옛말에 복은 거듭 오지 않고 화는 반드시 중첩되서 온다는 복불중지 화필중래(福不重至 禍必重來)의 말이 다 뻥이라는 것을 알게된 그날의 실수가 내게 마냥 나쁜일 만은 아니었다.
그 실수 덕분에 콜로라도 주의 덴버에서 머물게 되었고 그동안 꼭 가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던 몇 개의 스키장 중 순위상 윗줄에 있던 2개의 스키장을 가보기로 했다. 자판을 몇번 두들겨 만들어진 예약으로 덴버 공항에서 렌트카를 픽업했다.
많이 다녀본 길이라 GPS 라고 불리는 네비게이션도 필요가 없었다. 그저 지도만 봐도 쉽게 갈 수있는 곳, 윈터 팍(Winter Park) 리조트와 스팀보트(Steamboat) 리조트가 그 곳이었다.
어둠도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 호텔에서 진한 커피 한잔과 대충 먹을 것을 주섬주섬 챙겨 전날 받아 놓았던 차를 무지막지하게 몰았다.
엔진이 굉음을 내며 죽어라 비명을 내 질렀지만 마음은 급했다. 덴버 공항에서 대충 2시간 거리에 윈터 팍 리조트가 있었지만, 거기까지의 도로 상황과 트래픽이 어떤 상태인지 또 얼마나 더 걸릴지 모르는 일, 일단 서두르는 것이 최선이었다.
다행이 그리 많이 해매지 않고 잘 찾아 도착한 시간은 리프트가 움직이기 전, 서둘러 주차를 하고 바구니 리프트에 몸을 실었다.
캐나다 선샤인 빌리지와 같이 공용 주차장에서 스키장 베이스 지역까지 바구니 리프트로 이동하는 시스템, 빌리지에 이쁘게 지어진 건물 위로 이동하여 베이스에 도착했다.
판매 창구에서 무지막지한 요금을 지불하고서야 리프트 패스를 받았다. 너무 비싸 속이 쓰라릴 정도, 첫 리프트를 타는 순간 속쓰린 기억은 산저에서 불어온 싸늘한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이제는 즐겨야 하는 시간... 그렇게 윈터 팍에서의 하루를 보냈다.
어느샌가 정신을 차려보니 리프트의 운행이 끝난 시각, 이제는 돌아가야 할 시간이지만 내눈은 여전히 산에 머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