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이탈리아의 '비아라떼아' 와 프랑스의 '쎄레 쉐발리에르' 스키장을 다녀온 아름다운 기억이 점점 희미해질 무렵 나는 늘 그렇듯이 또 깊은 고민에 휩싸였다. 큰 고민과 걱정거리는 단 두가지였지만… 나에게는 그게 모두였다.
첫번째는 유럽을 계속 가고 싶었지만… 유럽지역 전체가 눈이내리는, 적설량이 점점 적어진다는 것과 두번째는 그것에 따라 어디의 스키지역이 최고인가? 하는 것이었다.
아플레(after skiing)가 전혀없는 나와 우리팀은 음주가무에 전혀 관심없는, 눈에서놀고 먹고 자고, 다시 눈에서 놀고 자고… 집에오자는 모토(?)만이 최고의 진리라고 생각하는탓에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어느날인가… 동갑내기 벗이 툭 던진 말 한마디가 허우적거리고 있는 나를 고민의 수렁에서 벗어나게 해줬다. '눈 없어? 그럼 딴 대륙으로 가면 되겠네… '
흐흐, 일은 쉬워졌다. 유럽… 그럼 잠시 외도를하지 뭐- 북미를 가면 되겠네. 그렇게 쉽게 풀린 나는 북미 중 늘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아스펜과 베일을 떠올릴 수있었다.
아스펜? 스노우매스? 예전에 갔었잖아? 뭘 또 가? 잘벼려진 창모양의 꼬리을가진 놈이 머리속을 찌르며 한 말이었다. 그뒤 일은 일사천리였다.
베일과 키스톤,브레큰릿지,비버크릭,헤븐리는 한 회사 소유의 리조트… 헤븐리는 캘리포니아주에 있으므로 패스, 키스톤은 현지서 가기로 결정하고 일정을 만들었다.
출발 날짜는 2009년 2월21일, 역시 매년 같은 2월의 세번째 주말이다. 자주보는 얼굴이지만, 공항에서 보니 더 반갑고 웃음이 절로 걸린다. 이제는 가족과 같은 정겨움이 서로에게 묻어나온다.
길고 기나긴 시간… 비행기안에서 꼬여져가는 몸과 씨름할 무렵, 우린 덴버공항에 내렸다. 높은 지대라서 그런지 밖의 코끝이 쨍한 시원스런 공기는 기내에서의 괴로움을 몰고 훌쩍 날아가버렸다.
2대의 렌트카, 빨간 놈으로 골랐다. 혹시나 하는 맘에 스키캐리어도 달았다. 호텔은 브레큰릿지의 리버 마운틴 랏지, 베일과 비버크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브레큰릿지 스키장 베이스 마을에 있었다.
스키아웃만이 되는 곳… 빌리지 트레일을 따라 내려와 길만 건너면 호텔이어서 더욱 신난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