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시내에 볼 일이 있어서 전철을 탔다. 금새 볼일이었고 주차장 찾고 주차요금내기가 귀찮아 전철을 탄 것이다. 요기 전철은 한번 표를 사면 두시간 이내에는 bus를 타던 배를 타던 전철을 타던 어느방향으로 몇번을 타던 상관이 없다. 표도 자기가 알아서 사고 개찰이 없다. 가끔은 중간에 직원들이 전철에 올라 기습적인 검표하는 수가 있기는 하지만...
띠리리리릭....... 사람들은 좀 있지만 극히 조용한 전철안에 퍼지는 그윽한 누군가의 휴대전화 소리다. 캐나다에서는 제일 휴대전화 보급률이 좋다는 이동네지만 그렇다고 한국처럼 거의 누구나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니는건 아니다. 더군다나 전철안 같은 곳에서 휴대전화를 벨소리로 하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바로 앞의 잘 차려입은 여기 중년남자의 전화소리이다. 남자는 좀 미안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으려 하지만 정장에 외투를 입어서 그런지 전화 꺼내는데 좀 오래 걸려서 계속 울려댄다.
안쪽에서 그 남자가 꺼내 든 전화기는 이제는 통신역사 박물관에서 볼 수있는 바로 그 전화기다. 나는 그만 꽈다당... 하고 말았다. 전철안이라고 말하고 간단히 얘기하고 끊는 사내의 매너가 아니라 바로 그 전화기 때문이었다. 차림새로 보아 최신형 삼성이나 LG거 하나 구비하는데 전혀 궁색하지 않을 사람이 한국에서는 이미 사라진 오직 아날로그 서비스만 되는 그런 임진왜란 시절 이순신장군 전용 전화기를 쓰고 있는 것이다.
더욱 놀란건 만일 한국이었다면 그걸보고 누군가가 낄낄 거리거나 수군거렸을 법한데 전철안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다. 지극히 개인주의가 발달한 이곳이지만 자기가 쓰는데 불편이 없으면 쪽팔림에 신경 안쓰고 그냥 쓰는 끈기와 용기가 놀랍기만 하다. 이런 끈기를 가진 족속들에게 최신형 전화기를 팔아야 하는 한국의 업체들은 일주일에 몇개씩 최신 모델을 내놓아야 하는 최신유행 부추김 증상이란 조급함을 가지고 이 족속들과 장사한다고 덤비지 않기를 조용히 바랄뿐이다.
